고퀄리티 인도 독립영화 유쾌한 세 얼간이가 그려나가는 세상
인도 영화를 떠올리면 제작환경 때문에 독립영화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나 영화가 전달하는 교훈까지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인도 영화에 선입견을 깨준 영화 '세 얼간이'를 소개하겠습니다. 세 얼간이는 제목이 주는 뉘앙스에서도 언뜻 예상할 수 있지만 자칭 세 명의 얼간이들이 나옵니다. 제목은 세 얼간이인데 영화를 보면 그들은 매우 똑똑합니다. 똑똑한데 바보인척 여러사람을 놀려주며 유쾌하게 살아갑니다.
세 얼간이는 머리가 비상한 란초, 공학자를 강요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파르한, 가난한 집안의 생계를 이끌어 가야하는 라주 이렇게 세명이 주인공입니다. 영화 제목처럼 세 얼간이라 해야하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틀에 박힌 기성세대 삶을 조롱하는 그들의 행보가 참으로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날려줍니다.
그들의 행보가 남들과 다른 길이다보니, 마주하는 상황마다 어렵고 힘든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기억남는 장면은 파르한이 사진가였던 자신의 본래 꿈을 말하고 설득시키는 과정입니다. 파르한의 아버지는 공학도가 되려는 아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합니다. 어느날 사진작가가 파르한의 사진을 보고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 하고, 그순간 파르한은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진가의 꿈을 펼치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이러한 꿈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건 친구 란초의 도움이 컸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거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덕에 파르한은 더욱 용기를 내게 됩니다.
10년 전 영화지만 지금 시대와 무엇이 다를까
영화가 제작된 시기를 보면 2011년으로 참으로 오래됐는데, 지금봐도 감동입니다. 무엇보다 이때의 현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배경은 인도인데, 실상 한국도 교육이나 꿈을 택할 때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보다 공무원처럼 노후를 편히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선택하게 되지 않나요.
특별함보다 무난함을 택해야, 편한 것처럼 세상이 젊은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무모한 도전에 철없는 일시적인 이벤트로 생각하는 편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우리세대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해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IMF를 겪고 급격한 경제적 불안정함을 겪으며 지냈는데요. 코로나 장기화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더욱더 안정적인 것들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인 것은 요즘 MZ세대라 일컬어지는 젊은이들이 이 길을 조금씩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성 세대가 충성했던 회사에 전처럼 모든 것을 받쳐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내 삶과 꿈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천재 같은데 왜 얼간이라 칭했을까
다시 세 얼간이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영화는 세 얼간이들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보여주며 유쾌하게 풀어나가는데요. 또 하나 기억남는 것은 말재주 좋은 란초가 교수 수업 시간에 교수법을 지적하는 장면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꼰대에게 꼰대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죠. 대리만족한다고 밉지 않게 하고 싶은 말 다하는 란초 모습이 멋있고, 유쾌하더라고요.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불편한 이유는 자신의 가치관만이 옳다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모습이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장면은 그동안 학습법에 너무 반감없이 안일한 태도로 들어왔던 세태에 대하 '정말 이것이 맞느냐'는 총성어린 신호의 측면이 더 크지만, 굳이 우려되는 점을 찾자면 그러합니다.
여하튼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 얼간이의 행보는 대단합니다. 코믹하게 그려나가는 장면을 보면 다른 나라지만서도 웃겨서 못참을 지경입니다. 천재인데 영화는 왜 세 얼간이라 칭했을까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그들은 마주하는 인물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질타를 받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면 올바른 길을 가는 사람일수록 더욱 많은 질타를 받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정치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어느당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사람일수록 제대로 된 사람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득 글을 쓰며 처음에 던졌던 화두와 마주하게 됩니다. NO를 말하는 건 언제나 고달픕니다. 이 세상 모든 얼간이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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