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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영화 '아가씨' 누가 진짜 뒤통수를 맞게 될 지는 모른다

by blackim 2022. 5. 22.

영화 아가씨 스틸컷

아가씨, 하녀로 온 숙희에게 스며들다 

문득 영화 아가씨가 생각난 것은 주인공 아가씨 역할의 김민희 배우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 이후 좀처럼 방송에서 볼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이전 작품을 통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아가씨는 아가씨 김민희를 주축으로 하녀 역으로 나오는 숙희 김태리와의 묘한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아가씨는 돈이 많은 저택의 아가씨로 이모부의 철저한 감시 아래서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돈이 많아 좋을 것 같지만, 저택 밖 세상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아가씨는 이러한 삶이 심심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하녀로 온 숙희가 눈에 들어옵니다. 고아인 숙희는 사실, 백작의 제안을 받고 온 스파이 같은 존재입니다. 아가씨가 돈이 많은 걸 알고 백작이 자신을 좋아하게끔 만들라는 의무를 던져준 스파이었습니다. 백작 역엔 하정우씨가 맡았는데요. 특유의 카리스마와 재치가 돋보이는 역할이었습니다. 개화기식 양복이 잘 어울려 보면서 감탄이 났습니다. 

 

그러나 아가씨가 사랑에 빠진 건 백작이 아닌 숙희 같습니다. 영화 속 유명한 장면 중 아가씨가 목욕할 때 숙희가 시중을 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가씨 이가 안좋은지, 몸을 닦아주며 숙희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구석구석 아가씨 이를 살펴봐줍니다. 영화가 그리는 이 장면은 묘한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를 잘 그려냈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더럽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할까요. 

 

속고 속이는 스릴감, 그 끝은 어디일까

영화 아가씨의 재미는 숙희가 자신을 속이고 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아가씨에 있습니다. 순수한 아가씨에 빠진 숙희는 나중에 아가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숙희가 모르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아가씨와 백작이 꾸민 일인데 숙희를 정신병원에 가둬두고, 백작과 아가씨가 떠나는 결말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숙희는 배신감에 치를 떨지만, 순수한 숙희에 마음을 연 아가씨는 다른 제안을 합니다. 그렇게 숙희와 아가씨는 한 배를 탑니다. 결말은 숙희와 아가씨가 잘 탈출하여 행복하게 떠나는 모습인데요.   

 

항상 자신이 남들을 잘 속이고 위일 것이라 생각했던 백작은 이번 일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으 것입니다. 그것은 아가씨의 후견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마무시한 재력이나 지략을 갖고 있는 그이지만 결국 아가씨의 계략을 뛰어넘지 못합니다.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누가 이길지 장담 못하지만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추격적인 흥미진진합니다. 극중 나오는 후견인의 손가락이 잘리는 끔찍한 장면들은 끔찍해서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묘하게 중독되는 이야기와 색채감

이 영화를 보면서 흔히들 말하는 레즈비언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숙희와 아가씨는 여자끼리의 우정을 넘어선 무언가 정이 있었습니다. 순수한 숙희의 맘이 아가씨 맘을 연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광경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성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감정 교류로서의 여성과 여성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던져주었습니다. 

 

영화 아가씨의 볼거리는 뛰어난 색채감입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는 다양한 의상을 입고 아가씨가 등장합니다. 워낙 본판이 예뻐서인지 김민희 씨가 입은 옷들마다 한번씩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초록빛으로 물든 숲 사이로 흰색 드레스나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는 아가씨, 그런 아가씨의 소품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숙희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영화를 보며 생각해봅니다. 

 

사기꾼은 사기를 전문으로 치는 사람으로, 원래부터 사기를 쳐왔으니 보통 사람의 수완으로 이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가씨는 사기꾼 백작의 수완을 뛰어넘는 계략으로 그를 이깁니다. 인간의 얄팍한 계략은 언젠가 드러나며, 결국 이기는 것은 그것들을 극복할 의지가 있는 사랑인 진정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동성 간의 사랑은 지금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저는 꼭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6년 작품이지만 영화 내용이나, 색채감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아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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